설교전문
설교일 | 2025-07-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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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말씀 | 신16:9-12 |
설교제목 | 하나님의 중간평가 |
하나님의 중간 평가
신명16:9-12
2025년 7월 6일 [맥추감사절]
하나님의 은혜로 올해의 반을 지나고 7월 첫 주일을 맞이하였다. 오늘은 맥추감사절이다. 지난 반년을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날이다. 정치하는 사람들도 ‘중간평가’라는 게 있던데, 연중에 중간감사를 드림으로 하나님께 중간평가 받는 절기가 맥추감사절이다. 이날 ‘칠칠절 곧 맥추의 초실절을 지키고, 세말에는 수장절을 지키라.’(출34:22)는 말씀대로 보리의 첫 열매를 드리는 절기다.
이 주일에 세 가지 감사를 드린다. 하나는, 전쟁이 없고 평화로운 것에 대한 감사이다. 지난 달에 우리는 6.25전쟁 75주년을 지냈다. 전쟁은 ‘몹쓸 것’ ‘악한 것’이다. 존 F. 케네디는 ‘인류가 전쟁을 전멸시키지 않으면 전쟁이 인류를 전멸시킬 것이다.’ 하였다. 이 나라가 분단과 휴전 상태로서 아직 전쟁을 끝내고 있지 못하므로 항상 나라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또 하나는, 절대적 가난을 면케 된 것에 대한 감사이다. 아직 가난한 분들이 많이 있지만, 절대적 가난이란 밥을 먹지 못하는 가난인데, 그런 가난은 거의 면했으니 감사하다. 60년대, 70년대 어린이들이 얼마나 배고팠으면 이맘때 건넛산에 부엉이가 우는 소리가 이렇게 들렸다 한다. “떡 해 먹자, 부엉! 양식 없다, 부엉!!” 세 번째 감사할 일은 하나님께 나와 구원받은 자로서 예배드릴 수 있으니 감사하다. 진정한 축복은 구원받아 영생 얻는 영적 축복이다. 그러니 교회에 나와 하나님께 감사하며 맥추감사절을 지킴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보리새(Barley Bird)라고 불리는 새가 있다. 5월쯤 영국 등 유럽에 날아와서 여름을 나는 철새, 본래 이름은 나이팅게일(Nightinggale)이다. 그때가 보리 이삭이 보일 무렵이라서 보리새라는 별명으로도 부른다. 이름을 보면, 밤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다. 게일(gale)은 ‘노래한다’라는 뜻의 고대 영어이다. ‘밤에 노래하는 새’ 나이팅게일이다. 날이 어두워지고 사방이 고요해져도 계속 노래한다. 그런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들으며 많은 사람이 힘과 위로를 얻었다고 한다. 삶의 어두운 시간을 지날 때 더욱 주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의 노래를 드높이시라!
서양 속담에 ‘행복은 언제나 감사의 문으로 들어오고 불평의 문으로 나간다’는 말이 있다. 감사는 믿음의 본질과 연관되어 있는 중요한 영적 태도이다. 에덴동산의 비극은 감사가 없어서 생긴 비극이다. 아담과 하와는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감사할 줄 몰라 하나님을 배신하게 되었다. 기독교는 감사의 종교이다. 윌리암 바클레이는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에 한 가지를 더하라, 그것은 감사이다’라고 하였다. 이 네 가지는 영원할 것이다. 행복하기를 원하는가? 불평을 그치고 감사를 회복하라!
신명 16장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일년에 세 번 큰 절기를 지킨다. 무교절, 칠칠절, 초막절이다(16절). 맥추감사절은 그중 칠칠절이다. 무교절, 즉 유월절로부터 7주간을 지나서 첫 열매를 드리는 감사의 절기다. 이를 유월절에서 7주간을 지냈다 하여 칠칠절이라고도 하고, 처음 열매를 드린다 하여 초실절이라고도 하였다. 이때 맥추절을 지켰다. 첫 열매로 드리는 감사는 연중 감사이다. 이 감사가 오늘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이 맥추절에 어떤 믿음으로 주님께 나아가야 하겠는가?
첫째로, 첫 열매를 하나님께 드린다는 것은 먼저(!)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것이다. 물론 고마운 분들이 많다. 우리가 하루하루 사는 것은 다 자연의 혜택이요 부모의 돌봄이며 이웃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하다. 감사드릴 일, 감사드릴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가장 근본 되며 가장 중요한 감사는 바로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이다. 인간이 자기들끼리 서로 영광을 돌리고 치하를 하면서 하나님께 감사드리지 않는 것은 근본 되는 하나님의 은혜와 돌봄을 무시하는 것이다.
구약의 성도들은 농사를 짓고 곡식을 추수할 때 제일 먼저 벤 곡식 단을 구별해 두었다가 하나님께 드렸는데, 그 첫 열매를 드리는 절기가 바로 오늘 맥추절이었다. 폴 틸리히는 하나님을 ‘Being Itself’(존재 그 자체)라고 정의하였다. 믿음의 선조들은 삶의 바탕을 하나님께서 이루신다고 보았다. 그래서 모든 소유의 첫 것을 하나님의 것으로 드리는 것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였다. 이것이 유대인들이 가진 뛰어난 믿음의 한 면이다. 먼저 하나님께 감사함으로써 모든 생활의 첫 단추를 하나님으로부터 출발하는 지혜를 그들은 가지고 있었다. 모든 소출의 첫 단을 먼저 하나님께 감사의 제사로 드리는 사람들을 하나님은 축복하시고 책임져 주신다.
100년 전 전주에 ‘이거두리’라는 크리스찬이 살았다. 본명은 이보한(1872-1931)인데 길거리에서 “거두리로다 거두리로다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로다!” 하고 찬송을 부르며 다녔기 때문에 별명이 거두리가 되었다. 부자 양반댁 장남으로 태어났으나 서자였기 때문에 천대를 당하고, 한쪽 눈은 병으로 시력을 잃었다. 그래도 이거두리는 찬송부르며 감사하는 생활을 그만 두지 않았다. 아버지가 소작인들에게 빚을 받아오라고 보내면 오히려 빚을 탕감해주고, 부잣집 아들과 걸인의 옷을 바꿔입히고, 부잣집 잔치에 걸인들을 데리고 가서 거둬 먹였다. 걸인들을 이끌고 독립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거두리가 사망하자 동네 사람들이 모여 걸인장을 치러주고 비석도 세워주었다고 한다.
하나님께 먼저 감사하면 하나님께서 열매맺게 하신다. 하나님께 먼저 감사하면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어 마음이 평안하고 새 힘을 얻게 된다. 하나님께 먼저 감사하면 다른 관계,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물질적인 관계도 점점 풀리게 되어 형통케 되는 은혜를 얻게 된다. 하나님께 먼저 감사하는 것은 복 받는 성도의 아름다운 믿음이다.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평강의 주님이 너와 함께 하시리라!’ “하나님, 이렇게 해주시면 이렇게 감사드리겠습니다.” 하지 말고, 하나님을 인정함으로 먼저 감사하는 성도가 되자!
둘째로, 첫 열매를 하나님께 드린다는 것은 아직 농사가 미완성일 때 감사, 중간에(!) 감사하는 것이다. 잘 될 때와 좋은 일이 있을 때 감사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아직 이뤄지지 않은 미완성의 때, 중간에 감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맥추절에 감사하는 것은 믿음을 가지고 어려울 때 감사하는 것이다. 궁핍 중에 감사할 수 있는가? 고난 중에 감사할 수 있는가? 미완성일 때에 감사할 수 있는가? 가난하고 어려우면 사람이 여유가 없어지고 마음이 좁아져서 불평하게 된다. 이때 감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자!
첫 열매를 바치기까지, 맥추절이 오기까지 그 마지막 한두 달 기간이 제일 배고프고 힘든 기간이다. 우리들도 보리추수 앞두고 오뉴월이 춘궁기였다. 아이들도 주린 배를 움켜쥐고 어디 먹을 것이 없나 들로 산으로 쏘다니는 때였다. “어깨 동무 내 동무, 햇보리 날 때까지 죽지 말고 다시 만나자.” 정 배고프면 종자는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되는데, 종자까지 먹는다지 않았나? 너무 어려운 때였다. 일 년 중에 제일 가난하고 배고플 때이다. 그때 견디고 지키는 감사절이 바로 맥추절이다!
사실 인생의 어려움은 항상 손해만 되는 것이 아니다. 때로 고난이 큰 유익이 될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어려울 때 낙심하지 말고, 그 어려움이 유익이 되기를 바라며 감사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 바울은 육체의 가시가 있었다. 그것이 거의 눈이 보이지 않는 안질이었는지, 생활에 불편할 정도의 간질이었는지 모르나 심각한 것만은 분명했다. 그래서 바울은 하나님께 그 가시를 빼달라고 세 번이나 작정기도를 하였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육체의 가시를 빼주지 않고 오히려 말씀하시기를, ‘네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하셨다. 바울은 육체의 가시를 안고 늘 주님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더 큰 은혜를 주셨다.
맥추감사절은 하나님의 한해 중간평가이다. 어떤 경우에도 어려울 때 감사하며 그분의 이름을 부르라! 극복할 힘을 주실 것이다. 또 주님을 찾으며 믿음으로 나가면 그 아픔을 통해 더 영광스러운 복을 얻을 준비를 이루게 하신다. 무엇보다 고난은 우리를 겸손하게 함으로 많은 유익을 얻게 한다. 어려움을 겪음으로 사람은 주의 은혜를 깊이 체험하게 된다. 고난이 은혜로 변화되기를 바란다! 중간에 감사함으로 나아가라! 고난은 믿음으로 받으면서 감사하면 은혜의 통로가 된다! 궁핍 중에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고, 고난 중에도 하나님과 사람에게 감사하면서 살면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가 우리 인생 중에 넘칠 것이다.
셋째로, 이 맥추절은 첫 열매를 하나님께 드리면서 함께(!) 감사하고 기뻐하였다. ‘너와 네 자녀와 노비와 네 성중에 있는 레위인과 및 너희 중에 있는 객과 고아와 과부가 함께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자기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에서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즐거워할지니라.’(11절) 이 말씀에서 우리는 맥추절이 함께 즐거워하는 절기요 하나님 앞에서 기뻐하는 절기임을 알 수 있다.
함께 기뻐해야 한다. 함께 감사해야 한다. 혹시 우리 주위에 나의 기쁨이 불행이 되고, 나의 불행이 기쁨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이 있으면 절대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과 관계를 회복하여 함께 기뻐하는 것이 맥추절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한 하늘을 이고 살고 싶지 않은, 이른바 ‘불구대천’의 원수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사람이 여럿 된다면 잘 산 것은 아니다. 그러니, 한 사람이라도 그런 사람과의 불편한 관계를 극복하라! 주의 이름으로 용서해 주라!
감사와 전도는 함께 간다! 예수님의 말씀 중에서 나병 환자가 병을 고치고, 주님이 말리시지만 자기 병을 낫게 한 분이 예수시라고 온 동네에 다니면서 알렸다.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전도하게 된다. 함께 기뻐하고 함께 감사하고 싶은 걸 어떡하겠는가? 인천 어느 교회는 전도를 엄청나게 많이 하는 교회로 유명한데, 그 목사님은 간에 병이 생겨 죽게 되었었다. 말기 증세를 보여 장로님들이 장례를 준비했었다. 그러던 중 목사님이 기왕 목사가 죽는데 병원에서 죽는 것보다 교회에서 기도하다 가는 것이 좋겠다 하여 강대상에서 밤낮으로 기도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은혜를 체험했다. 성령이 임한 것이다. 하나님 살아계심을 뜨겁게 체험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너나없이 열심히 전도하는 교회가 되었다.
“함께!” 여기에 은혜가 있다, 축복이 있다, 기적이 있다. 믿음으로 얻는 구원과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삶의 형통함은 나눌수록 커진다. 무언가 좋은 게 있다면 감추어두고 자기만 누리지 말고 함께 나누어 함께 기뻐하자! 무엇보다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족들과 나누고, 친구들과 나누고, 이웃들과 나누며, 직원들과 나누고, 아랫사람 윗사람들과 나누자! 그러면 모두가 기뻐하는 하나님 나라가 이 땅 위에 이뤄질 것이다.
공부하기 위해 집을 떠나 상당한 기간 동안 외국에 다녀왔을 때가 있었다. 그때 결혼 10년이 되었고 나는 너무 많은 짐을 지고 공부와 일에 매여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탈진이 되어 있었다가 공부를 위해 나갔다 온 것이다. 그러나 집을 떠나 있다가 돌아오니 가족들이 다 건강하게 있고, 교회도 아름답게 든든히 서가고 있었다. 교인들이 얼마나 따뜻하고 정답게 목사를 맞이해 주는지 정말 감사했다. 그때 우리 아이들이 어렸는데, 팔짝 팔짝 뛰며 “아빠 왔다! 아빠 왔다!” 하는데 정신이 번쩍 나면서 모든 게 얼마나 감사했던지 눈물이 날 정도로 새로웠던 기억이 있다.
언젠가 그리스신화 이카로스 이야기를 해드린 적이 있다. 그리스신화에서 다이달로스는 미노스 왕에 의해 미궁 속에 감금당한 크레타를 탈출하기로 결심하고, 새의 날개에서 깃털을 모아 실로 엮고 밀랍을 발라 날개를 만들었다. 그는 아들 이카로스에게도 날개를 달아 주며 비행연습을 시키고 함께 탈출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아들에게 “너무 높이 날면 태양의 열에 의해 밀랍이 녹으니 너무 높이 날지 말고, 너무 낮게 날면 바다의 물기에 의해 날개가 무거워지니 항상 하늘과 바다의 중간으로만 날아라.” 하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탈출하는 날, 날개를 단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는 하늘로 날아올랐는데, 이카로스는 새처럼 자유롭게 날게 되자 신이 난 나머지 너무 높게 날고 말았다. 그러자 태양의 뜨거운 열기에 깃털을 붙였던 밀랍이 녹아서 이카로스는 날개를 잃어버리고 바다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자유와 풍요를 구가하는 이 시대는 너무 높이 날아 날개가 녹아버린 이카로스처럼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거룩한 맥추절에 스스로 높아져서 인간성을 마음껏 누리는 이 시대의 풍조를 반성하며, 믿음으로 감사를 알게 되기를 축복한다. 감사하며 하나님을 기억하고, 이 땅 위의 타락한 풍조에 거리를 두면서, 하늘과 땅 사이를 걸어갈 때, 참 자유와 진정한 풍요가 우리 삶에 가득하게 될 것이다.
맥추절은 ‘연중감사’이다. 한해의 믿음 중간평가다. 맥추절의 믿음이 한해를 결정한다! 모든 것을 새롭게 보는 절기이다. 감사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항상 감사함으로 주께서 주신 은총을 더욱 넉넉하게 누리자! 멘붕이란 말이 유행이다. ‘멘탈 붕괴’의 줄임말로 심리적 안정이 무너져 버린 상태를 가리킨다. 외부에서 오는 심리적, 물리적 충격 때문에 스스로 지탱할 수 없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예전에는 그냥 ‘상처받았다’ 하면 되었는데, 그 강도가 아주 세졌다.
이에 대응하는 단어로 치유를 뜻하는 ‘힐링’과 ‘케어’가 있다. 다 영어로 치유, 돌봄을 뜻한다. 사랑의 돌봄, 실질적이 도움을 ‘케어’라고 하고, 심리치료 영혼치료를 말할 때 ‘힐링’이라는 말을 쓴다. 누구도 개인의 아픔과 상처에 대해 쉽게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공감하고 적절하게 돌보아주지 못할 바에는 입을 닫는 것이 옳다. ‘멘붕’을 겪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감사를 회복하기 바란다. 그리고 서로 돌봄을 통해 치유를 경험하라! 감사하면서 하나님께 나아가라! 하나님만이 년중에도 감사하게 하시며, 상한 마음을 만지시고 고치실 수 있다.
모든 것보다 먼저 감사하라! 중간에 감사하라! 함께 감사하라! 먼저 감사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 중간에 감사를 잃지 않으면 위대한 삶을 살 수 있다. 섭섭한 관계, 미워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을 주님의 품으로 용서하고 함께 감사하자! 그때 천국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교회와 우리 집에 있으며, 행복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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